백암산을 오르며
화창한 봄날처럼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요
가슴앓이를 하지 않으며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요
살점을 찢겨내는 기다림이 없이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요
백암산을 오르며
산 가득 눈을 감쌓안은 정상에서
가슴을 후벼 파며 내게 오는 당신은
추위를 피해 내속에 안긴다
비와 진눈개비와 눈보라 함께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요
쏟아지는 은하수와 함께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요
견딜 수 없을 만치 고통스럽던 기다림의 시간을 지나
봄햇살 가득히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