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불어도 좋은 마산봉에서
일 시 / 2018년 5월 5일
코 스 / 홀리2리 - 마산봉 - 병풍바위 - 마산봉 - 알프스스키장 주차장(11.5Km/5시간)
바람이 산을 옮길 만큼 무섭게 불어대는 5월의 첫째 토요일
그 무섭게 불어대는 바람을 이쁜이들의 빈자리를 친구삼아 우리는 산을 오른다.
그것도 백두대간의 남녘땅 마지막 봉우리 마산봉을
스적스적 풀숲을 지나고
허우적 허우적 키다리 나무숲을 지나면
베시시 수줍음에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그리움에 가슴속에 응어리를 달고 반갑게 맞아주는 야생화의 조우에 마음엔 평화!
마산봉에만 올라 서면
울컥 울컥 목울대가 꺽이도록 감정이 복바치는 곳!
나홀로 35일 334시간 820여Km의 백두대간의 종착지인 마산봉에서
38선이 가로 막혀 가야할 백두산을 금강산을 지척에 바라만보고
중간에서 완주를 했다고 돌아서는 발길은 천근 만근 무겁기만했었는데
오늘은 희뿌연 황사에 얼굴을 감추고 있는 금강산을 바라보는 마음엔 희망이 불끈 솟아오른다.
마산봉 주변엔 얼레지와 홀아비 바람꽃과 꽃잎을 다떨군 노루귀가 지천이고
병풍바위로가는 길목엔 천상의 화원속에 집을 짓고 꽃들과 함께 살고싶어진다.
병풍바위에 올라서니 바람이 굉음소리를 내며 무섭게 달겨든다.
진달래나무에 간신히 의지를 하여 핸드폰을 들이대지만 바람에 계속 떠밀려 낭다.
이러다가 저 깊은 낭떠러지로 날려가는 것은 아닌지
전진만 알던 내게 순순히 후퇴를 요구하는 바람에 순종을 하고는 하산길을 마산봉으로하고
마산봉에서 바라보는 신선봉과 황철봉과 그너머로 대청봉이 바람에 기웃둥거리고
금강산은 보이지도 않고 향로봉만이 흐릿하게 시야에서 흔들린다.
가파른 하산길
백두대간의 마지막 구간이라는 희망을 안고 내려서는 발길은 하얀구름을 타고
두둥실 떠오르는 기분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는데
오늘은 너무 여유롭다.
아침의 꽉막힌 고속도로에서의 5시간을 보상이라도 받듯 땀한방울 흘리지 않고도
꽃들의 환대와 대자연속에 나를 던져 넣고 마냥 즐기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날이 있을까?
그리고 오랜만에 찾은 백두대간 종점의 내흔적!
또 신남까지 와서 부평리 휴계소에서 메기 매운탕과 각종의 나물 반찬으로 먹은 저녁은 진상이 아닌지
오늘 같이 바람불어 좋은 날 매일 매일이였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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