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들의 세상 광덕산에서
일 시 / 2021년 1월 9일
코 스 / 강당골주차장 - 작은천마봉 - 임도 - 광덕산 - 임도 - 계곡길 - 어둔골 - 주차장(8.5Km)
금년 한해에도 토요일만은 52주 한번도 거르지 말고 산을 오르자고
마음에 되새김질을 하며 두번째 토요일을 맞이 했는데
온통 뉴스에서는 큰눈에 한파주의보로 밖에 출입을 자제하라고 협박을 하지만
오늘도 그 한파와 눈과 친구를 하려고 집을 나섰다.
그것도 눈이 많이 내린다는 충청도 지역 아산의 광덕산으로
울창한 소나무 숲속에 들어서면
나무같이 되고픈 기도가 있습니다.
훌훌 벗어 던진 아름드리 참나무 숲에 들어서면
바닥에 수북이 깔고 앉은 내일이 있습니다.
가난한 것들끼리 외로운 것들끼리
철조망 없는 숲속 마을에서
영혼들이 서식(棲息)하는
가난한 것들의 기도가 들립니다.
하얀 눈을 수북히 덮어 쓰고 누운
뾰족한 내일이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잔잔히 고개 숙인 눈속의 시든 낙엽의 자세도
오랜 기다림 끝에 내일을 있게 하는
미지의 기다림에 한모퉁이를 돌아갑니다.
하얀눈을 일직선으로 잡고 서있는
키다리 소나무 기다리는 나목이 되게 하시고
여름내 겹겹이 둘러매었던 죄악의
웃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지금은 춥지만 그래도 말끔히 씻어낸
순결한 영혼이 제물 되어 지고 싶습니다.
허리하나 넘어서면
뽀얀 흰눈 너머로 훌쩍 커버린
태양이 손짓 을하고
휘저휘적 또 하나 허리를 넘어서면
맑고 청정한 숲속의 공기가 화들짝 뇌세포를 자극합니다.
광덕산에 올라
하얀 세상이 둘러쳐졌지만 오직 흐려진 내눈에 내일을 바라봅니다
오를때는 몰랐던 광덕산의 가파름이
하산길에 눈을 덮어쓰고 숨어있는 돌길에
흰눈을 수북히 쓰고 숨어있던 요정들의 시새움이
뽀드득 뽀드득 조심하라고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