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들이 발목을 잡는 금대봉과 대덕산에서
일 시 / 2019년 4월 20일
코 스 / 두문동재 - 금대봉 - 고목나무샘 - 분주령 - 대덕산 - 검룡소 - 주차장(12Km)
두문동재!
나홀로 대간 뛸적에 비박할때 생각이 불현듯 머리를 스쳐온다.
출입금지가 풀리고 우리가 첫 손님이라 그런지
국립관리공단 직원의 친절한 산행주의 사항을 듣고
가시면서 깊은 잠속에 빠진 야생화들 좀 깨워가시면서 걸어 주세요
멘트가 우스게 소린줄 알았는데 금대봉 가는 길숲에는 아직도 흰눈이
게드름을 피우며 낙옆을 깔고 누워있으니 가녀린 야생화들이 솟아 나올까?
염려가 금대봉을 지나면서 부터 중의 무릇과 얼어붙은 낙옆사이로 하얗게 비집고 나와
오돌오돌 떨고 있는 바람꽃들과 손바닥만한 하얀 얼굴을 화들짝 내놓고 태양 처럼 반짝이는
꿩의바람꽃을 만나면서 부터 발걸음은 멈춰지고 무릎을 꿇는 속도는 자자져
흰구름 하나 없는 파란하늘은 속살을 전부 들어낸 산속을 속속들이 입맛춤을 하면
야생화들은 길을 만들고 사람들은 야생화에 취하여
나 못가! 나도 못가! 야생화들과 실갱이를 하면
고목나무샘을 지나면서 부터는 산이 노루귀인지 노루귀가 산인지
하얗게 별가루를 뿌려놓은듯 숲속은 햇살에 반짝이고
이놈도 이뻐 저놈도 이뻐
이아이도 아름다워 저아이도 아름다워
꽃들에 취하고 향기에 취해 노랫가락이 절로 나온다.
이렇게 많은 노루귀와 바람꽃들과 혹가다가 덤으로 얹어주는 한계령꽃과
중의무릇, 현호색과 얼레지가 마음을 흔들고 정신까지 빼앗아 자기들 꽃술안으로 빨아들이려한다.
분주령에서 대덕산까지의 1.5Km 야생화는 별로지만 걷는 길은 환상적이다.
어쩜 그리도 나무들은 옷들을 홀라당 벗어놓고 파란하늘을 전부 속속들이 받아들이고
앙상한 가지들은 아직도 겨울잠을 자고 있는가 하품소리 하나없이 한가로이 오수를 즐기고 있다.
대덕산 정상엔 중의무릇과 미나리아재비꽃들이 탐스럽게 피어 사람들의 시선을 잡고,
조금 내려서면 붉은 할미꽃들이 바람의 성화에 견뎌내기 위함인지 땅에 바짝 붙어 꽃은 작고
색갈은 선명하게 피어있다.
나무계단을 내려서 계곡길로 접어들면 괭이눈밭이고,
조금더 내려서면 붉은 얼레지가 비탈에 위태위태 서서
치마를 바짝 쳐들고 쉬라도 하는지
참으로 잘왔다.
이렇게 아름다운 지상의 꽃잔치에 귀한 손님으로 초대를 받았다니
야생화들에게 감사!
대자연에 감사!
그리고 일주일 이모양 저모습으로 받은 울화병들 호호하하 하면서 다 야생화들에게
나무들에게 바위들에게 계곡의 맑고 고운 물들에게 던져주고 나면 마음과 정신과 육신은
새로운 힘을 얻어 또다시 새로운 일주일을 힘차게 살아갈것이다.
'등산(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흰구름이 두둥실 월류봉에서 (0) | 2019.04.27 |
---|---|
4월의 천마산은 야생화 천국 (0) | 2019.04.24 |
무주 벼룻길을 걸으며 (0) | 2019.04.13 |
남해 금산에서 (0) | 2019.04.06 |
사천의 각산에서 만난 봄 (0) | 2019.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