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5봉 등정
일 시 / 2020년 7월 25일
코 스 / 대구미 – 심봉 – 상왕봉 – 백운봉 – 업진봉
– 숙승봉 – 동백숲 – 청소년수련원주차장(16Km)
오늘도 먼길을 걷는다.
심봉에서 상왕봉을 밟고는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희뿌연 안개 사이로 노화도와 보길도가 기웃거리고,
뒤로 돌아서니 신지대교 너머로 신지도와 고금도와 조약도가
다리로 연결되어 형제처럼 바다에 떠있고,
백운봉을 올랐지만 정상석을 챙기지 못하고,
업진봉에서 푸르른 완도의 웅장한 산자락에 도취가 되었다면,
숙승봉에서의 오늘도 걸었던 길들을 되돌아보며 느낀 감회는 잘 만들어진
술에 취한 느낌? 그래서 하산을 미적미적 조금이라도 더 눌러 있고 싶은
충동에 발길은 자꾸만 미적되지만 거리에 비하면 많은 시간을 소비한 산행
돌길을 걸었고, 숲길을 걸었고, 잘닦여진 등로에 홀려 알바도 했던 그길!
5봉을 오르며 내리기를 하면서 그때마다 변화가 정신을 긴장시키고,
마음을 단련시키는 에너지바 같은 그길!
능선길을 걷는동안
수많은 것들이 내가 그들을 스쳐가고
그들이 나를 스쳐지나간다.
싱그럽고 향내가 풀풀 풍겨나는 공기도,
잔잔하게 옷속을 비집고 살갗을 애무하는 시원한 바람도,
울창한 나무들의 잎새들은 반가워 수다를 늘오놓고,
새들은 왁자지껄 동네방네 숟가락 몇 개냐고 떠들어대고,
구름은 시샘을 하듯 시야를 가리우지만 한쪽은 비스듬이 열어놓고
자비를 베풀 듯이 파란 하늘을 제공하고,
먼저주에는 자홍의 여로가 길을 만들어 주었는가 하면
오늘은 흰 여로들이 꽃길을 만들어 사쁜이 즈려밟고 가소서
계절을 잊었는지 늦둥이 야생화들은 게으름에
창피한지 얼굴을 숙이면, 괜찮아 게으름은 버릇만 않되면 되는 것
꽃이지고나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
예까지 올라섰으니 너를 보고가야지
너 숲을 떠돌다가
사그라지면 이슬이 아니더냐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랑
구름을 타고 너와 해후를 하니
너도 좀 가슴을 활짝열고
속에 있는 사연들을 톡톡 내 뱉어내면 않되겠니?
내가 너를 부러워하듯
너또한 나를 부러워 하겠지?
이세상 허구 많은 사람들중에
너와 나 함께 살아간다는 것으로
우린 행운이고 기쁨이구나
차고 넘쳐나는 복있는 날!
조금은 손톱속의 가시처럼 완도에 왔는데 전복구이도 못먹고 가다니
하지만 그보다 손색이 없는 해남에서의 갈치찜과 한정식에 밥하사발 게눈감추듯 뚝딱
가향님 고맙습니다.
함께하신 분들 모두모두 고맙고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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