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문을 여는 함백산에서
일 시 / 2020년 9월 5일
코 스 / 1) 만항재 – 함백산 – 중함백 – 은대봉 – 두문동재(12Km)
2) 발구덕 – 민둥산 – 발구덕(2Km)
코로나 19가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어 놓아
기다려지는 토요일이면 죄스러운 마음으로 길을 나서곤 하는데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단촐한 식구들 일주일만에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급작스럽게 변경된 산행지지만 그런 것이 무슨 대수랴
환경도 조건도 이유도 없이 무조건 집을 나서 아무곳이던
맞아주는 산속이면 몸과 마음과 영혼을 내려 놓으면
나무들이 반겨주고 꽃들이 향기로 안아주고 새들이 노래를 불러주며
환영을 해주는데 이보다 더한 기쁨이 있을수가 있겠는가
가을 문을 열고 우리를 맞이하는 함백산!
헤일수 없이 많이도 올랐던 길이였었는데
오늘은 특히 태풍 마이삭이 할퀴고 지나간
상처난 그길을 만항재에서부터 걷는다.
각양의 모습으로 투구꽃들이 등로 좌우로 줄지어 늘어서서
나의 갈길을 보호해주는 그들의 모습에 입가에는 웃음이
떠나지를 않고 가파른 함백산돌길을 오르는데도 숨가빠할 사이도 없이
함백산 정상에 올라서니 뿌옇게 흐려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지만
건너편 태백산과 그아래쪽으로 장산과 고개를 약간 돌리면 운탄고도길을 따라
풍력발전기 너머로 몇일전에 들렀던 백운산 마천대가 줄을 지어 서있고
중함백을 이어 은대봉 금대봉과 대덕산과 매봉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백두대간의 늠름한
모습에 기분은 더욱 업되고 가야할 대덕산이 이렇게 예뻐 보일수가
함백산 정상에서 아양을 떨던 하얀 이질풀꽃은 어데서 잠을 자고 있는지
보이지를 않고 하얀 진범도 예쁜 모습으로 나를 반겨 주던 아이들 대신
붉은색의 진범들이 떼를 지어 중함백 일대의 등로에서 발길을 잡는다
오늘은 거리와 난이도가 초보급이라 쉬엄쉬엄 가려던 차에
이렇게 많은 꽃들이 찬치를 벌여주니 그냥 누워버리고 싶고
날씨도 선선하여 춥다는 말까지 내뱉을 정도니 이곳이 천상의 나라가 아닐까
은대봉을 지나 두문동재를 내려서니 금대봉으로 향하려던 발길에 제동을 건다.
통행금지라고 위험 구간도 아닌데 태백산국립공원에서
단속을 하니 어쩔수 없이
발동이 걸린 발길을 이렇게 멈출수가 없어
왕대장의 배려로 가까운 이웃에 있는
민둥산으로 고고싱!
발구덕에서 오르는 짧은 코스의 구간에 싱그러운 억새풀들이
시원하게 불어대는 바람에 이리저리 서걱서걱대며 춤을 추면
빗방울은 우산을 툴툴대며 두둘기고
그저 철없는 아이들 모양 희희낙락 몸과 마음은 잠시 동심으로 돌아갔었고
빨간 물봉선화 군락지와 참취군락지의 참취꽃들의 향기에 취해
현재의 나로 돌아와 민둥산에서 지나온 함백산을 바라보니 숙연해짐은 대자연의 숭고함과
인간들이 범접할수 없는 그 무언의 힘이 나를 곧추세운다.
짧지만 두터웠고
얕지만 깊었고
계곡은 없었지만 심연을 보았고
회색이였지만 그뒤의 붉은 태양을 보았고
적음이였었지만 많음을 보았고
숲에서는 말을 잃을 만큼 아름다움에 취했던 함백산 나들이길
멧돼지와 마이삭이 산속을 계단식으로 잘정돈을 해놓아
내년에도 이렇게 야생화들이 많이 피어날까?
염려를 않해도 될 것을 ......
좋은 이웃들과 이렇게 기쁨과 즐거움 가득히 하루를 보낼수 있어
고맙고 감사하며
언제 그많던 좋은 이웃들이 함께 이즐거움과 기쁨을 나눌수가 있을까?
만나는 그날까지 건강들 잘챙기시고
코로나를 이기시고 행복들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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